추천 도서 1 — 『십팔사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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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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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드리는 책은 흔히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는 『이기적 유전자』나 『사피엔스』, 『코스모스』 같은 책들이 아닙니다. 물론 모두 훌륭한 책들이지만,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책은 자신이 관심 있는, 그래서 궁금한 분야의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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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관련이든 미용, 메이크업이든, 애완동물이든, 게임이나 자동차든, 어찌 보면 부모님들 입장에서 탐탁지 않게 느끼실 수 있는 분야라 할지라도, 학생이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궁금해하는 분야의 책을 읽을 때 비로소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이라도 흥미 있는 글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독서에 대한 거부감도 줄고, 결국 독해력도 향상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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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어 공부와 여러모로 연결되면서도 비교적 학생들이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 네 권 정도는 꼭 추천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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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팔사략
  • 조선왕조실록
  • 나의 한국 현대사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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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책은 고우영 화백의 『십팔사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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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은 신화시대부터 송나라 이전까지의 중국 역사와 고사들을 쉽고 흥미롭게 엮어낸 ‘만화책’입니다. 그냥 평범한 역사 만화책이 아니라,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고전 문학을 창작한, 조선 시대 지식인들의 사고방식과 교양의 바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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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에 출제되는 고전 문학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조선 시대 작품들입니다. 고전 시가는 향가나 고려가요가 일부 출제되기는 했지만, 거의 대부분 조선 시대의 시조와 가사입니다. 고전 산문 역시 조선 시대 양반 지식인들의 수필과 한문 산문, 조선 후기에 등장하는 한글 소설들이 중심입니다.

그리고 교과서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고전 문학도 주로 조선시대의 작품들입니다. 그런 고전 문학의 주요 작가층인 조선 시대 지식인들의 사고방식과 교양의 중심에는 유교 경전과 중국 역사, 그리고 수많은 중국 고사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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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학원 수업 시간에 고전 문학 작품들을 중국 고사와 연결해 설명하면, 일부 『십팔사략』을 읽은 학생들은 작품을 훨씬 쉽게 이해하고 기억합니다. 때로는 책에서 읽긴 했지만 잊고 있던 고사가 다시 떠오르면서, 책을 다시 찾아 읽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학습에도 도움이 되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힘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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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작품이 있지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예로 성삼문의 시조를 들 수 있습니다.

首陽山(수양산)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恨(한)하노라.

주려 주글진들 採薇(채미)도 하난것가.

비록애 푸새엣 거신들 긔 뉘 따헤 낫나니.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이 단종에 대한 충절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이제(夷齊)’가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이제는 중국 고사 속 인물인 ‘백이와 숙제’를 가리킵니다.

백이와 숙제는 은나라 말기 ‘고죽국’의 왕자 형제였습니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공격하려 하자, 두 형제는 무왕의 말고삐를 붙잡고 “신하가 어찌 임금을 치려 하는가”라며 만류합니다. 그러나 결국 무왕이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가 천하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후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의 백성이 되기를 거부하며 수양산에 숨어 고사리(薇)를 캐 먹다 굶어 죽습니다.

성삼문은 바로 이 고사를 자신의 처지와 연결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지막 구절입니다.

“비록애 푸새엣 거신들 긔 뉘 따헤 낫나니.”

성삼문은 “비록 고사리지만 그것이 누구 땅에서 난 것이냐?”라고 묻고 있습니다. 즉, 백이와 숙제가 먹은 고사리조차 결국 주나라 땅에서 난 것이라 지적하는 것입니다.

성삼문은 백이와 숙제의 절개를 비웃는 것이 아니라, 조선 시대 사대부들 누구나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여기던 그들의 고사를 끌어와, 자신은 수양대군의 땅에서 난 사소한 것조차 먹지 않겠다는 더욱 철저한 충절 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백이와 숙제가 은둔했던 ‘수양산’과 ‘수양대군’의 이름이 겹쳐 읽히는 점 역시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실제 내신 시험에서는 이러한 중의적 의미를 묻는 문제가 자주 출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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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고전 문학 작품들은 단순히 글자만 읽는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작품 속에 압축되어 있는 역사적 맥락과 고사를 함께 알아야 비로소 작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학습 효과 역시 훨씬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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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을 추천하는 이유는 백이와 숙제, 허유와 소부, 항우와 유방처럼 고전 문학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과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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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고전 문학을 단순히 암기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과 삶 속으로 조금 더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책, 『십팔사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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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알면, 고전문학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