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지만, 올해도 상담을 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님들로부터 문법에 대한 걱정 섞인 질문들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경우 보통 최근 수능과 모의고사, 내신 등에서 문법 문제가 어떻게 출제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설명을 드리곤 하는데, 접근 방법이 낯설어서인지 제 설명이 부족해서인지 여전히 불안해 하는 경우가 많아 글을 써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더이상 문법은 암기 중심의 영역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문법 수업이나 특강을 많이 듣고 많이 암기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능이나 모의고사는 물론이고 최근 내신 문제들도 기본적인 ‘맞춤법’과 ‘표준 발음법’ 조항을 ‘친절한’ 지문과 <보기>를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암기가 어느 정도 필요한 건 맞지만 문법 문제의 핵심은 맞춤법과 표준 발음법을 얼마나 정확하게 많이 외우고 있느냐가 아니라 ‘제시문’과 <보기>의 정보를 바탕으로 주어진 선지의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문법을 단순히 암기 위주로 학습한 친구들은 들인 시간에 비해 지필 고사에서 낮은 성취도를 보일 수밖에 없고 그만큼 문법에 대한 거부감만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사례를 통해 간단히 문법 문제들의 특징과 풀이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2025학년도 수학능력평가 언어와매체 38번 문항을 참조하세요
이 문제는 2025학년도 수능 언어와 매체 38번 문항으로 ‘언어와 매체'(이하 언매) 영역에서 오답률이 가장 높았던 문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매를 선택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1 내신 문법이나 EBS 수특과 수완을 통해 <보기>에 제시된 ‘규칙 활용’과 ‘불규칙 활용’, ‘모음조화’, ‘준말’ 등에 대한 기본 개념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심지어 위 개념들은 중학교 내신 과정에 포함돼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왜 오답률이 높았을까요?
저는 학생들이 <보기>를 보는 방법과 선지를 보는 방법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보기> 제시문과 선지를 파악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우선 <보기>는 두 개의 문장과 한 개의 표로 구성돼 있습니다.

<보기>나 선지를 읽으실 때는 반드시 문장별, 내용별로 끊어서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문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문제를 푸는 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다음은 어간의 말음이 ‘ㅎ’인 용언이 ‘아/어’로 시작하는 어미와 만날 때 보이는 활용의 유형을 정리한 것이다.’로, 용언의 ‘어미 활용‘을 다룬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들은 활용의 규칙성뿐만 아니라 모음조화 적용 여부나 활용형의 줄어듦 가능 여부에 따라 그 유형이 구분된다.’로, 정리하면 ‘1. 활용의 규칙성 점검해라, 2. 모음조화 점검해라, 3. 준말이 가능한지 점검해라’입니다. 해당 문장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풀 때 점검할 정보를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너무나도 ‘친절한’ ‘표’에서는 점검 항목대로 구체적인 어휘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표’를 볼 때는 당연히 위에 제시된 항목들을 중심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불규칙과 규칙 활용은 열을 달리하여 구분해 놓았기 때문에 점검 항목 중에 학생들이 신경써야 하는 것은 당연히 모음조화와 준말의 가능 여부입니다.
㉠-1, 2은 모음조화가 지켜지는 어휘를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으로 구분해 놓았고, ㉡은 모음조화가 지켜지지 않는 어휘를, ㉢-1, 2는 규칙 활용에서 준말의 가능 여부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여기서 ㉠-1, 2가 각각 양성모음에 의한 모음조화와 음성모음에 의한 모음조화로 구분해 놓았다는 것을 파악했는지가 중요합니다.
가급적이면, 단순히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표’ 옆에 써두시는 걸 추천합니다.
다음으로 선지 구성을 보겠습니다.

선지 ①은 최근 문법 문제에서 가장 유행하는 선지 구성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선지에 어휘를 두 개 제시하여 학생들의 혼란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문법은 물론이고 문학이나 비문학에서도 ‘A와 B는 모두~, A는 B와 달리~, A와 달리 B는~,’이라는 식으로 구성됩니다. 아무래도 이런 선지 방식은 고난이도 문제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수학 공식처럼 선지 유형을 외우고, 선지를 읽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 게 문제 풀이에 유리하겠죠. 이런 선지를 파악할 때는 위 이미지와 같이 선지의 구성요소들을 각각 찢어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그맣-‘과 ‘이렇-‘을 각각 판단하면 ‘조그맣-‘의 경우 ㉠-1(양성모음 조화)에 해당하므로 옳은 내용이지만 ‘이렇-‘의 경우 ‘음성모음 조화’로 ‘㉠-1’이 아니라 ‘㉠-2’에 해당하므로 옳지 않은 내용이됩니다. 따라서 답은 ①이 되겠죠. 이처럼 선지에 제시된 어휘가 두 개라면 하나는 옳고 하나는 틀리게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때 각각의 어휘를 찢어서 판단하지 않으면 혼란이 올 수 있고, 선지를 다시 점검하느라 시간도 오래 걸리겠죠.
이하 선지들도 구성 방식은 동일합니다. 각각 어휘 두 개씩 묶어 학생들의 혼란을 유발하는 방식이죠.
아래 이미지는 분당 소재의 고등학교에서 지필고사로 출제됐던 문항으로 문법 영역 중 가장 배점이 높았던 문항입니다.

내신 문제 사례
수능에도 종종 출제되는 유형으로 기본적으로 사전을 보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사전을 바탕으로 주어진 선지의 옳고 그름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내신은 교과 과정에 포함된 특정 영역 안에서만 출제되다 보니, 문법 전체 영역에서 출제되는 수능이나 모의고사에 비해, 제시문이나 <보기>가 덜 친절해서 암기 지식이 더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암기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 이미지 같이 선지의 구성 요소들을 찢어서 각각 따로 판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